정부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선정
2024년까지 폐축사 등 혐오시설 정비
마을 안길, 공동시설 개보수 등 추진

도성마을 전경. (사진=동부미디어뉴스 DB)
도성마을 전경. (사진=동부미디어뉴스 DB)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와 축산폐수 바다 유입,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국가산단에서 날아드는 매연과 분진 등 열악한 생활환경에 수십 년 간 노출된 채 환경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여수시와 지역 정치권 등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이 정부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대상에 선정돼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조성한 지 45년이 넘은 열악한 환경 개선과 함께 그동안 사회적 차별과 냉대 등으로 외면당했던 설움도 조금이나마 풀릴 것으로 보인다.

5일 여수시와 최무경 전남도의원, 주재현 여수시의원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한 2021년 취약지역 생활 여건 개조사업에 ‘도성마을’이 최종 선정돼 국비 15억 원, 22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취약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주거 환경 등을 개선하는 국책사업이다.

시는 2024년까지 폐축사 등 혐오시설을 정비하고, 협소한 마을안길 정비와 집수리, 마을 공동시설 개보수, 방재시설 등 생활‧위생‧안전 인프라 및 마을환경 개선과 주민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성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도성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도성마을은 한센인 수용소의 완치 환자들이 1976년 정착하며 형성된 한센인 정착촌이다. 마을 내 건축물 383동 중 278동(73%)이 슬레이트 건물이고, 폐축사와 창고 254동이 오랜 기간 방치돼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등 정주여건 개선이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58가구 13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가 46%,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 가구가 57%, 마을 내 30년 이상 노후주택은 75%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한센인’이라는 이유로 수십 년간 국가로부터 강제적으로 격리돼 사회적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행정·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사는 마을인지, 가축이 사는 축사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생활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다. 집과 축사의 경계가 없어 비가 많이 올 때면 분뇨 오염물과 섞인 물이 집 안으로 들어와 냄새가 나도 참고 살아가고 있다. 불볕더위에도 문이라는 문은 하나도 열지 못하고 있으며, 산단에서 날아오는 매캐한 냄새와 분뇨 악취, 축사 환풍기 소리에 두통약과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잘 정도로 열악하다. 특히 도성마을의 석면 슬레이트 면적은 11만㎡가 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최근 수년 사이 이 마을에서는 19명이 각종 암과 뇌종양 등으로 사망하거나 8명이 암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성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도성마을 모습. (사진=마재일 기자)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은 여수시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2019년 10월부터 도성마을 악취해결 등을 위해 8개 관계 부서 TF팀을 구성하는 등 정주 여건 개선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후에도 실제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여수시는 지난해 10월에서야 권오봉 시장과 관계부서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성마을에서 악취 해결방안과 마을 정주여건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10개 사업은 ▲가축분뇨 공동처리 시설 개선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가축분뇨 배출시설 점검 ▲마을 하수도 정비사업 ▲수상 태양광 설치사업 추진 시 슬레이트 철거 및 지붕 개량 ▲빈집 정비 농어촌 마을 경관 개선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공모사업 ▲산단 악취 및 대기오염 모니터링 등이다.
 

수문 앞 배수펌프장으로 흘러드는 분뇨 섞인 축산폐수와 생활 오·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수문 앞 배수펌프장으로 흘러드는 분뇨 섞인 축산폐수와 생활 오·폐수. (사진=마재일 기자)

도성마을 방원빈 이장은 “수십 년 간 방치된 마을이 새롭게 탈바꿈하는 기회를 맞았다”라면서 “여수시, 지역 정치권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마을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권오봉 시장은 “도성마을 정주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취약지역 대상마을을 지속 발굴해 행복한 농촌마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근본 대책 마련에 열의를 보여 온 전남도의회 최무경 의원은 “이번 공모 선정으로 주민들의 주거 및 생활 인프라 개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사업 진행 과정 역시 꼼꼼히 살피고 낙후 마을에서 활력과 희망이 넘치는 마을로 발전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여수시의회 주재현 의원 역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면서 “주민과 협력해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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