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 요청 2300여 명 민원접수
이 과정서 일부 동장, 통장에게 찬성 서명받아 오게 해
전창곤 시의장 “일부 공무원 일탈 행위, 도 넘어” 비판

▲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


여수시가 미평도로 개설 재추진 과정에서 통장에게 찬성 서명을 받아오게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권 서명’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주민 뜻에 따라’ 공영주차장과 공원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여수시가 개설 재개 요구 민원을 이유로 재추진 움직임을 보인 배경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제기된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은 10일 제206회 여수시의회 정례회 개회사에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 등 찬반여론이 갈리는 현안을 추진할 경우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최근 일부 공직자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어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 의장은 “여수시가 청사 별관 신축, 미평공원 도로개설 등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라며 “공직사회가 마치 옛날의 관제 시대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된다.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전 의장은 “미평공원 횡단도로 조성사업은 지역 주민들 간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민감한 사업인데, 최근 모 동의 통장회의에서 동장이 도로개설 찬성 서명부를 통장들에게 배부하면서 찬성 서명을 받아오라고 한 사실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통장들에게 찬성 서명부만 받아오게 했다면, 주민여론을 호도하고 통장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라면서 “통장이 해당 사업에 찬성하도록 주민여론을 선동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주민들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미평공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의원은 이미 숲과 산책로가 있는 미평공원에 횡단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파괴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고, 인근 주민과 소상공인들은 교통 편의와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개설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동부매일신문)


여수시는 10월 28일 보도자료에서 지난 8월 출퇴근 교통체증 해소 등을 이유로 미평공원 횡단도로 개설을 요청하는 2300여 명의 다수인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와 찬반 단체 협의 등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이 통장들을 동원해 찬성 서명을 받으면서 ‘관권 서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장은 “찬성 서명부 5장을 받았는데, 도로개설 추진 부서에서 몇 개 동에 찬성 서명부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으레 시에서 추진하는 일이니 찬반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도로가 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서명을 받았다”라고 했다.

전 의장은 “동장은 준공무원인 통장에게 업무와 관련한 지시를 할 수 있으며, 통장에게 주민여론을 파악해 시 정부에 전달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해당 사업이 주민들의 찬반여론이 갈리는 상황에서 찬반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찬성 서명부만 통장들에게 받아오게 한 행위는 시 정책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며, 권한 외의 행위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 의장은 특히 “2년 전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해당 사업이 무산된 사실이 있다면 최소한 주민들에게 찬반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의견을 물었어야 하며 사전에 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충분한 설명과 홍보가 이뤄졌어야 했다”라고 했다.

전 의장은 “주민의 봉사자로서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는 이·통장들을 시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을 위해 여론형성의 매개체로 이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시장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기강을 다시 한번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여수시는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접근성 개선 및 교통 편익을 위해 12억 원을 들여 미평동 주민센터에서 옛 미평역사 구간까지 길이 152m, 폭 8m로 미평공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보행권과 자전거 통행권을 위협한다”라며 반대하자 2018년 11월 공사는 중단됐다. 최근 여수시는 교통난 등 민원이 제기되자 횡단도로 건립 사업 재추진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시의원은 이미 숲과 산책로가 있는 미평공원에 횡단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 파괴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고, 인근 주민과 소상공인들은 교통 편의와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개설 재개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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